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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 바꾼다 - 집, 도시, 일자리에 관한 모든 쟁점 (커버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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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이 바꾼다 - 집, 도시, 일자리에 관한 모든 쟁점

마티

박인석 지음

2017-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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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저자소개
목차
이 책은 222조 원 규모의 건축산업이 가진 가능성에 주목한다. 철저히 국내에서 생산되고 소비되는 건축은 집, 도시, 일자리와 관련한 한국 사회의 주요 쟁점과 연결되어 있다. 어린이집, 주민센터, 파출소, 우체국, 학교, 아파트단지, 다세대.다가구 주택 등의 주요 생활공간에서 가로등, 안전난간, 방음벽, 주차장, 완충녹지와 같은 시설물까지 관여하는 건축에 관해 시민이 더 많이 알 때 더 나은 삶터를 만들 수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 아파트단지와 도로 사이 방음벽을 없앨 수는 없을까?
- 골목길 주차 전쟁을 끝낼 해결책은?
- 주민센터는 누가 지을까?
- 한 집 걸러 한 집이 공사 중인데 대체 건축산업 규모는 얼마나 될까?
- 문재인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정책이 성공하려면?

그동안 질문하지 않았던, 하지만 누군가는 반드시 질문해야 했던
건축과 집, 도시, 일자리에 관한 모든 쟁점
통계, 법규, 공식 자료에서 도출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다

222조 원짜리 시장, 건축은 국가 기간산업이다

통계청에서 제공하는 건설업 수주액-기성액 연도별 통계를 살펴보면, 건축은 아파트 건설 항목을 제외하고도 토목, 설비, 조경에 비해 단연코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를 이끈다고 알려진 자동차, 정유 산업에 비해서도 뒤지지 않는 규모이다.
시장 규모 면에서도 그렇지만 건축산업은 철저히 내수에 기초한 산업이라는 점에서 특히 중요하다. 생산과 소비 모두 국내에서 이루어지며, 사회 전반의 경제활동량 증가는 건축물 재고량 증가로, 다시 건축물 재고량 증가는 건물 노후화에 따른 수리, 교체, 정비와 같은 경제활동으로 연계되기 때문이다.
건축산업에 깊이 들어가 살펴볼 때 현실적인 변화의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는 소규모 건축물이다. 토목에 비해 개별 생산물의 규모는 작지만 이 작디작은 건축 생산의 규모는 토목 생산의 세 배이다. 실제로 매년 신축되는 중소규모 건축물 수만 20만 동에 달한다. 이들 건축현장이 창출하는 일자리도 무시할 수 없다. 저자가 인용한 건축도시공간연구소의 연구에 따르면, 건축의 고용유발계수는 8.6으로, 전체 산업 4.6보다 두 배가량 높다(75쪽). 하지만 고용 형태는 대부분 비정규직(일용직)인데다 고용하는 업체의 건실성 역시 약한 편인 것도 사실이다. 바로 여기에 건축의 또 다른 가능성이 있다. 고용 창출의 가능성을 유지하면서 정규직 중심의 생산 구조를 이룰 수 있다면? 일자리 문제가 심각한 지금 가장 먼저 손대야 할 부분인지도 모른다.

건축은 모든 것을 관통한다
저자는 건축이 일자리, 경제민주화, 도시재생, 교육현장 혁신, 복지 확대와 같은 쟁점을 모두 관통한다고 말한다. 단순히 시장의 크기 때문이 아니다. 건축이 한국 사회의 질적 변화를 꾀하는 데 핵심적인 가치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미래의 사회 혁신을 위해 강조되는 창의, 네트워크, 분산, 협치, 소통의 가치는, ‘표준’을 거부하고 장소와 이용자 ‘맞춤형’ 작업을 수행하는 건축의 가치와 꼭 일치한다. 건축이 맞닥뜨린 과제는 비단 건축만의 과제가 아닌 한국 사회 전체의 과제와도 맞닿아 있다고 봐도 무방할 것이다.
이 책이 말을 건네는 대상은 다양하다. 여전히 ‘건설의 시대’에 묶여 있는 행정가들, 앞으로 크고 작은 작업에서 우리 삶을 바꿔나갈 건축사들과 도시설계 전문가들, 좋은 설계를 꿈꾸며 공부하고 있는 건축학과 학생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의 일상 그 자체인 집과 동네와 도시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고 있는지, 건축이 창출하는 가치가 개개인의 삶의 질에 얼마나 중요한지 아는(알아야 할) 시민들…. 저자는 오늘을 사는 보통의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건축을 동네를 바꾸고 세상을 바꾸지만, 그 건축을 바꾸는 것을 결국 시민이다.”

어린이집, 파출소, 주민센터, 우체국은 대체 누가 지을까?
‘설계’ 없는 대한민국 건축의 현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를 세계적인 건축가 자하 하디드가 설계하고, 강릉의 한 고급 호텔을 유명 건축가 리처드 마이어에게 맡긴 사실은 이제 한국에서 충분히 화젯거리가 된다. 보통 사람들도 건축물 뒤에 가려져 있던 건축가의 존재를 인식하기 시작했다고 해야 할까. 그런데 정작 우리 사는 곳 지척에 있는 건물을 누가 어떻게 지었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대체 동네 곳곳에서 마주치는 어린이집, 파출소, 주민센터, 우체국은 누가 지었을까?
누가 지었는지 궁금하게 생기지 않은 이들 소규모 공공건축물은 실제로 ‘설계’되지 않았다고 봐야 한다. 때때로 완벽하게 똑같이 생긴 파출소나 우체국을 각기 다른 지역에서 마주칠 정도이니 말이다. 자주 지을 일도 없거니와 규모도 작은 이러한 공공건축물의 출발은 지자체 담당 공무원이 작성하는 사업계획서이다. 건축 전문가도 아닌데다 경험도 거의 없는 담당 공무원은 몇 년 전, 어쩌면 십수 년 전 사업계획서를 찾아 복사해 붙여넣기를 반복한다. 사정이 이러하니 규모와 모양, 자재마저 비슷한 공공건축물이 도처에 지어진다(91~100쪽).
이런 방식이 반복되는 근본적인 이유는 우리 사회가 ‘설계’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하다는 데 있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짓겠다는 계획만 있을 뿐 어떻게 지을지에 대한 설계는 진지하게 고민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계획(planning)과 설계(design)가 완전히 다른 개념이라고 설명한다. 계획은 ‘자원의 양적 배분에 관한 의사 결정’이며 설계는 ‘형상에 관한 의사 결정’이다. 따라서 건축 계획은 필요한 공간의 규모에 관한 것이고, 건축 설계는 공간의 형상과 구현 재료, 질감, 분위기를 결정하는 것이다(114쪽). 어떤 공간, 건축물을 지을 ‘계획’만 있고 ‘설계’가 없다면, 어린이집, 주민센터, 파출소, 우체국이 그야말로 찍어낸 듯 똑같은 모습으로 서 있을 수밖에 없다.

‘좋은’ 설계보다 ‘값싼’ 설계 찾는 풍토 만연
빌라, 저층 주상복합 등 민간시장에서도 마찬가지
싸구려 설계가 삶의 질을 떨어뜨린다

계획은 공무원이 세운다지만 설계 자체는 건축가가 할 텐데 어떻게 질적 향상을 꾀하지 않은 채 지금까지 오게 되었을까? 공공부문에서 공공 건축물 설계 용역을 줄 때 가장 크게 고려되는 것이 설계비다. ‘가격입찰’ ‘사업수행능력평가’로 불리는 이 방식은 공공 설계 발주에서 발주 건수를 기준으로 무려 80%를 차지한다. 17.7%에 해당하는 ‘설계공모’ 시장은 심사의 공정성 문제로 진통을 겪는다. 로비를 차단하기 위해 심사위원을 하루 전날 선정하지만, 그럴수록 설계사무소는 수백 명의 심사위원 후보들에게 전화를 돌리며 로비를 하는 역효과가 발생한다.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저자는 해답은 정해져 있다고 말한다. “발주하고자 하는 건축물 설계에 대한 방향이 설계자들에게 제시되기 위해서라도 심사위 원은 공모와 함께 공개되어야 하며, 심사위원 각자의 평가를 투명하게 공개해 심사 결과를 통보해야 한다.”(185~197쪽)
최저 설계비만 찾는 행태는 민간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현재 한국의 설계시장은 ‘설계비 무료’를 앞세운 하급시장이 있는가 하면 유명 외국 건축가가 설계하는 고급시장으로 양극화된 상황이다. 정상적인 설계비가 오가는 건강한 중급시장은 작고 허약하다(200~201쪽).
설계는 제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데 설계사무소는 생존을 위해서라도 작업을 따내야 하는 현실은 쉽게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사정이 이러하니 설계사무소의 노동환경 또한 극악으로 치닫는다. 나쁜 상황은 돌고 돌아 나쁜 질의 주택으로, 어린이집으로, 주민센터로 나타나고, 결국 우리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만다.

건축의 최대 과제는 남루한 동네환경 개선
10분동네, ‘열린 학교’를 아시나요?

저자는 한국의 도시공간 문제 중 가장 심각한 문제로 ‘취약한 동네환경’을 꼽는다. 생활형 공원, 생활체육시설, 도서관, 보육시설, 주차장 등 기본적인 인프라 자체가 부족하다는 것이다. 우리 사는 동네가 이렇게 된 이유는 공공투자의 절대 부족에 있다. 지난 반세기 동안 상업.업무 공간, 중산층을 위한 아파트단지 개발에 집중해온 나머지 소필지 주거지역과 주변적 상업지역은 방치된 것이다.
이러한 현실을 타개할 대안적 개념으로 저자는 ‘10분동네’를 제안한다. ‘10분동네’는 ‘모든 집에서 걸어서 10분 안에 필요한 공공시설을 향유할 수 있는 동네’이다. 이 개념은 명소와 거점을 중심으로 개발해오던 도시 정책에 제동을 걸고, 모든 동네가 건강한 삶터가 될 수 있도록 고루 지원하는 데 방점을 찍는다. 예산 등 비현실적이라는 비난에 대해 저자는 망설이지 않고 학교 담장을 없애는 것부터 시작해보자고 말한다. 운동장은 공원이 되고, 학교 도서관은 상시 개방되는 지역 도서관 역할을 맡아 할 수 있다. 학교를 열면 새로운 공간이 나오고 새로운 공간은 주민에게 돌아간다(311~315쪽). 말 그대로 ‘열린 학교’다. 학교 담장을 허문다는 상상, 단순하면서도 시도해볼 만한 ‘설계’가 아닐까.

도시와 삶에 관한 상상력만큼이나 실행력이 중요
지금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실질적인 대안은 무엇인가?

학교 운동장 담장 허물기뿐 아니라 저자는 동네환경을 바꿀 실제적인 방안을 책 전반에 걸쳐 내놓는다.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밀집한 동네의 골목길 주차 전쟁은 어떻게 끝낼 수 있을까? 현재 ‘거주자 우선 주차제도’로 일단의 혼잡은 막고 있지만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저자는 지지부진하게 논의되고 있는 ‘차고지증명제’만이 해답이라고 못 박는다. 주차장은 원칙적으로 거주자 개인이 해결해야 할 부담이며, 주택가 소필지에 새로운 건물을 세우기보다 주차장을 건설해 관리할 때 공간 활용도가 높아지고 불법 주차 전쟁을 종결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255~261쪽).
큰 도로와 아파트단지, 주택가 사이에 필수적으로 설치되는 방음벽 역시 마찬가지다. 방음벽이 놓인 경계부를 살려 가로공간을 넓힐 수 있다면 보행환경을 개선하는 좋은 방안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소음 문제는 어찌한단 말인가? 저자는 도로변 아파트나 주택에 방음창을 다는 간단하고도 신선한 해법을 제시한다(267~273쪽).
저자의 대안은 뜬구름 잡는 식이 아니다. 예상되는 반론에 대해 미리 답할 뿐 아니라 이 간단한 해결책이 여태 왜 실행되지 못했는지에 관해서도 꼼꼼하게 밝힌다.

젠트리피케이션을 완화하고 빈집 활용도를 높이는 도시재생
부수는 재개발에서 살리는 도시재생으로의 전환은 필수 과제!

한국에서 도지재생 논의가 본격화한 것은 2000년대 들어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비중이 커지면서부터다. 2013년에는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해 국가 차원의 정책으로 추진되기 시작했고, 단순한 물리적 환경 개선을 넘어 지역의 사회.경제적 활성화를 도모하는 정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와 같은 흐름에 발맞춰 문재인 정부는 ‘도시재생 뉴딜정책’이라는 이름 아래 매년 10조 원을 투입할 전망이다. 현 정부의 예산 계획이 보여주듯 도시재생은 수익을 올릴 여지는 거의 없고 일방적인 투자와 지원이 필요한 업무여서 소요되는 예산도 크다. 그래서 저자는 ‘사업성’보다 ‘공공성’에 초점을 맞추고 그간의 주거환경 관리사업, 가로주택 정비사업 등과 연계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일례로, 2002년 서울시가 시작한 노후.불량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하는 정책은 2004년부터는 국토교통부 주관의 국가 정책으로 확장되어 시행 중이다. 의욕 있는 건축가들의 협력과 충실한 설계가 더해진다면 이 사업은 이미 주거환경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진행되고 있던 골목 도로 포장 개선, 쌈지공원 확충 등과 함께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면서 도시재생의 훌륭한 사례를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설령 주거환경과 주택의 질이 높아져 임대료 상승에 따른 저소득층 거주자 퇴출이 우려된다고 해도 다세대.다가구주택 리모델링 공공임대주택을 늘리면 동네 재생 효과와 더불어 젠트리피케이션 완화 효과까지 거둘 수 있는 전략이다. 저자는 이를 ‘게릴라 공공임대주택 재생전략’이라 칭하고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있다(164~167쪽).
한편,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 백사마을 재개발 계획 역시 도시재생 정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잘 보여준다. 전면 철거 재개발 후 고층 아파트 단지로 개발하려던 애초의 계획을 뒤집고, 길과 터를 유지하고 ‘골목 문화’와 ‘공간과 자원의 공유’를 지향하는 단독주택 마을로 만드는 방향으로 계획이 수정된 것이다. ‘사업성’을 이유로 진행이 잠시 중단된 상태이지만, 백사마을 재개발 계획 수정안은 건축이 단순히 건물이 아닌 생활방식을 창출하는 행위이며, 도시재생이란 그야말로 삶터를 되살리는 일임을 보여주는 표지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러한 주민 생활공간 구조를 보전하는 일, 이를 관행적인 아파트단지 설계 규범에 대항하는 대안적 설계 어휘로 공식화하는 일, 그리하여 그러한 생활공간 구조가, 골목공간과 집들이 연결된 공간 구조가, 우리 사회에서 ‘공식적으로 생산’되도록 하는 일이야말로 현재 이 사회와 건축이 겪고 있는 모순의 고리를 끊는 중요한 실천”이라고 역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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